모른 척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
Higashiyotsuyanagi Ruriri / 東四柳 留梨里
나이: 21세
키&몸무게: 177cm/62kg
생일&혈액형: 6월 17일/RH- A
스탯
힘 ✦✦✧✧✧
지능 ✦✦✦✦✧
관찰력 ✦✦✦✦✦
정신력 ✦✦✦✧✧
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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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수험표, 구급상자(밴드, 연고, 붕대, 진통제 등), 막대사탕 여러 개,
행운을 불러온다는 부적, 수면제
✦성격✦
Ⅰ. 희생적, 죄책감
자신에게 분명 불이익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위험에 빠진 남을 보면 지나칠 수 없는 성격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몸을 그렇게 망가뜨려가면서도 남이 겪었어야 할 불행을 자기한테로 돌린 것 아니겠어요. 남을 돕는다는 것 자체는 기특하지만 그게 자신의 몸은 물론 일상까지 좀먹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남이 보면 바보라고 욕해도 할 말 없을 정도인걸요. 루리리 본인도 무모한 희생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고, 무척 힘들어하며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자기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외면하면 뒤따라오는 죄책감이 심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속으로 끙끙 앓을 바에는 다치고 치료하거나 안 좋은 일 좀 당하는 게 낫다나요.
Ⅱ. 불신, 경계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 도가 텄음에도 남을 잘 믿지 못하고 마음을 여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친하게 굴어도 어차피 곧 자기한테 싫증 내고는 떠나버릴 거라며 아예 곁을 내주는 것 자체를 잘 하지 않으려 합니다. 예전에 자신과 친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모양인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 자체를 무작정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경계할지언정 웬만해서는 밀어내려하지도 않습니다. 아마 루리리의 경계가 무너지고 신뢰를 사게 된다면 평소 보이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인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텍스트 관계✦
✦과거사✦
히가시요츠야나기 루리리는 불행이라는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습니다. 오죽하면 태어날 때부터 미숙아로 태어나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겠어요. 하지만 신은 그렇게까지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루리리는 어찌저찌 무리 없이 성장해 갔습니다. 비록 남들보다 운이 조금 안 좋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어렸을 때는 운이 좀 안 좋은 친구,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루리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화목한 가정에 친형도 있었으니까 뭔들 걱정이었겠어요!
루리리가 자신이 남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이었습니다. 운동장 구석에 다친 고양이가 끙끙대고 있는 것을 발견한 루리리는 놀란 마음에 그 고양이에게 다가가던 중에 어느 한 아이가 잘못 찬 축구공이 다친 고양이에게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색색대는 고양이가 공을 맞으면 큰일 날 것이라는 걸 직감한 루리리는 차라리 대신 공에 맞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분명 고양이가 있는 곳까지는 충분히 날아올 기세던 축구공이 힘을 잃고 떨어졌고, 루리리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을 운동장에서 돌부리에 걸린 듯 자빠졌습니다. 루리리는 그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하여 아픈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지,라며 아까의 일을 곱씹으며 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친형의 병문안을 갔을 때였습니다. 형의 병세가 갑자기 심해져 병문안이 금지되었다, 아마 오늘을 넘기는 건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루리리는 자신을 무척 아끼는 친형이 아파하는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또 문득, 형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차라리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루리리는 형에 대한 걱정에 한참이나 병원 근처를 배회하다가 날이 어두워지고서야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초록불이 켜지고 한숨을 푹 쉬며 건너기 시작하자 승용차 한 대가 날카로운 경적소리를 내며 달려오다 루리리를 그대로 치고 말았습니다. 심하게 교통사고를 당한 탓인지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던 루리리가 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송되었고, 수술까지 받아 목숨을 겨우 연명하고 한동안 입원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도 마치 마법처럼,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던 형이 멀쩡히 완치되어 더 이상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루리리는 눈치 하나는 빠른 아이였기 때문에 곧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대신 받을 수 있다... 루리리는 시험 삼아 불행을 자신에게 옮기는 것을 여러 번 시도해보았고, 시도할 때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타인에게 가는 피해는 사라지고 자신에게 그에 준하는 불행한 일이 찾아왔습니다. 남이라면 죽을 수도 있었던 사고라도 루리리가 대신 받으면 중상을 입을지언정 죽지는 않는다는 것도 이미 검증한지 오래였습니다. 물론 남의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루리리의 친형 말고는 없었지만 루리리는 그렇게라도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불행의 강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졌지만 타인을 도왔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멋진 일이지요.
그렇게 남을 대신하여 불행을 대신 치르는 일을 하루에도 몇 번,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위험하다 싶으면 자신에게로 불행을 옮기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루리리에게는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루리리와 친했던 친구들은 루리리와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몇 번이고 큰 사고에 휘말리는 게 싫증이 나기도 했고, 무서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자신들에게는 티끌만큼의 피해도 가지 않고 오로지 루리리만 사고를 당했지만 말이에요. 아무리 루리리와 친했던 친구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전혀 가지 않아도 하루에 몇 번이고 큰 사고에 휘말릴 뻔하면 미치지 않고서야 배기겠어요? 그렇게 루리리의 주변에서 하나 둘 친구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루리리가 겪는 불행들은 전부 자기들이 겪었어야 했던 것들임에도 루리리가 일부러 대신 불행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루리리는 떠나는 친구들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몇 년이나 남을 대신해 불행을 치렀던 게 습관이 되고 이제는 의무처럼 되어서 곧 불행을 당할 남을 발견하면 모른척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루라도 그냥 지나치는 날에는 죄책감에 먹는 족족 체를 하거나 가위에 눌리고는 했습니다.
친구들이 다 떠나도 루리리의 친형만은 루리리의 곁을 끝까지 떠나지 않고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루리리 또한 형이 있기에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해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리리와 루리리의 형이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시내로 나가던 차였습니다. 자주 다니던 지름길이 공사판으로 변해있었지만 다른 길로 가려면 20분 정도는 빙 둘러서 가야 했기 때문에 둘은 그냥 이곳을 지나가기로 하였습니다. 공사 중인 건물 옆을 지나가던 중, 루리리는 달각이는 소리에 소리가 난 건물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3M는 되어 보이는 큰 철근 막대가 건물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기우뚱거리고 있었습니다. 루리리는 직감적으로 저게 곧 떨어져 자신의 형에게 내리꽂힐 것을 알았고, 평소처럼 그의 '재능'을 사용하려 했지만...
무슨 사고를 당해도 죽지 않았던 루리리가, 루리리의 뇌 속에 이번에 형의 불행을 자기가 가져온다면 분명 죽을 것이라는 직감이 또 스쳐갔습니다. 루리리는 그렇게 처음으로 불행한 사람을 두고도 망설였습니다. 죽는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그리고 여태껏 다쳐와 엉망이 된 자기 몸에 대한 연민, 자신에게 고마워하지도 못할망정 자신을 버리고 간 사람들에 대한 분노... 하지만 곧 자신에게 있어 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피하라는 말과 함께 급하게 자신에게 불행을 옮겼지만 모든 것이 이미 늦어버린 후였습니다.
그의 형은 철근에 정통으로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 루리리는 마지막에 불행을 자신에게 옮겼던 것에 대한 패널티로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눈을 뜨고 나서 접한 건 자기를 그렇게나 아꼈던 형의 사망소식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루리리라도 살아서 다행이라고 그를 끌어안고 울었지만, 루리리는 형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죽는 게 무서워 망설였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게 자리 잡아 한동안 루리리를 극심하게 괴롭혔습니다.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마 지금도 루리리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기타✦
그 후로 루리리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자신에 대해 고마운 줄도 모르고 비난하며 떠나갔던 친구들에게서 비롯된 사람에 대한 불신까지. 그럼에도 자신과 친해지면 그 사람마저 좋지 않게 떠나가거나 사고를 당할까 봐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행을 겪게 될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여전히 죄책감이 들어 불행을 대신 겪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예전보다야 덜해졌지만요.
하도 여러 방법으로 다쳐 오다 보니 아픈 것에는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정도 응급처치를 하는 데에도 익숙해졌다나요. 약품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에 비해 잘 알고 있다는 듯합니다.
붕대로 가린 것은 자잘한 상처들 때문에도 있고, 다치는 것을 미리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두르고 다니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간간히 가위에 눌리는 탓에 가끔 수면제를 먹고서야 잠들곤 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한 번에 자신에게로 옮기기가 무서워서 랍니다. 실제로는 아무 일 일어나지 않더라도 혹시 그러면 어떡하지, 하고 덜컥 겁을 먹습니다.